채권입찰제

 

부동산 제도 [ 채권입찰제 ]

                               

 

종종 이런 얘기를 듣죠?

"채권입찰제 때문에 판교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 당첨돼도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감당하나."


이제부터 부모님들의 탄식을 자아낸 채권입찰제가 어떻게 아파트 가격을 높였는지 알아봅시다.

-채권입찰제는 무엇이고 왜 하나요.


"채권입찰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분양가부터 공부해야 해요. 아파트의 판매가격을 분양가라고 하는 건 다 알고 있겠지요? 여기엔 토지매입비.건축비 등 집을 짓는 데 들어간 모든 비용과 건설회사의 이익이 포함돼 있죠. 건설업체로선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분양가를 높이려고 하겠죠. 하지만 회사마다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높이면 전체 집값이 다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크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만든 땅(공공택지)에서는 누가 집을 짓든 간에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상한선을 정해 분양가를 누르다 보니 새 아파트 값이 인근 아파트의 매매가보다 훨씬 싸지게 된 겁니다. 기존 아파트 값이 10억원인데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6억원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첨만 되면 4억원을 챙길 수 있으니 모두들 아파트를 사려 하겠지요.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새 아파트 값이 10억원을 넘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분양가를 낮추려는 정책이 오히려 집값 불안의 원인이 된 것이죠. 그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채권입찰제입니다. 간단히 말해 아파트 당첨자가 계약 시점에서 기대되는 시세차익이 거의 없도록 아파트 가격을 높이는 제도이지요."


-그럼 채권을 조금만 사도 분양받을 수 있나요.


"이 제도에선 채권을 가장 많이 사겠다고 한 사람에게 아파트 당첨권을 줍니다. 하지만 판교처럼 인기가 많은 지역에선 모두들 최고 금액(채권상한액)을 써낼 것이므로 당첨 여부는 추첨으로 가려집니다."


-채권매입액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는 아파트의 가격은 주변 아파트 시세의 90%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집이 지어질 동안 돈을 빌린 데 따른 이자도 내야 하고, 집이 지어질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감안한 것이죠.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 45평형의 시세가 10억원이라면 A라는 새 아파트 45평형의 가격은 무조건 9억원이 됩니다. 만약 건설업체의 분양가가 6억3000만원이라면 9억원과 건설사 분양가의 차이인 2억7000만원이 채권 손실액이 되도록 채권을 사야 합니다."


-채권 손실액은 또 뭐지요.


"아파트를 청약할 때 사는 채권은 국가가 발행하는 국민주택채권 2종입니다. 이 채권을 1억원어치 사면 10년 후 이자 한 푼 없이(이자율 0%) 1억원을 돌려줍니다. 따라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채권을 사긴 샀지만 돈에 여유가 없다면, 채권을 싸게라도 팔아 현금을 손에 쥐려고 하겠지요. 1억원어치의 채권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꿀 경우 은행은 1억원을 다른 사람에게 10년간 빌려줬을 때 얻게 되는 수익을 제한 나머지 금액만 줍니다. 현행 이자율을 기준으로 하면 38%를 제한 7200만원이 채권의 현재 가격이 됩니다. 38%란 수치를 할인율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시중금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 할인율에 따라 결정된 채권 액면가 1억원에서 제해진 금액인 3800만원이 채권 손실액이 되는 것이죠.


만약 38%의 할인율을 적용해 A아파트의 채권 손실액이 2억7000만원이 되게 하려면 채권을 약 7억1000만원(2억7000만원 나누기 38%)어치를 사야 합니다. 이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최고 7억1000만원까지 채권을 사겠다고 청약서류에 쓴 뒤 당첨이 되면 은행에서 38%의 할인율을 적용한 손실액 2억7000만원을 내면 됩니다.


결국 아파트 분양가는 건설업체 분양가 6억3000만원과 채권매입 손실액 2억7000만원을 합친 9억원이 되는 것이죠."


-채권으로 걷힌 돈은 어디에 쓰이나요.


"아파트 당첨자가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모인 돈은 전액 국민주택기금으로 활용됩니다. 국민주택기금은 정부가 국민임대주택을 짓거나 서민들에게 전세 자금을 빌려주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채권을 비싸게 써냈다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새 아파트의 가격을 주변 아파트 시세의 90%에 맞췄는데 주변 아파트 가격이 90% 이하로 떨어지면 새 아파트를 산 사람은 억울하지요. 하지만 그건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ㅋㅋㅋㅋ)


자, 어려워 보이는 채권입찰제가 이해가 됐나요. 정부는 판교 신도시 아파트의 채권입찰 기준으로 분당 아파트 가격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분당엔 거품이 많아 앞으로 가격이 20~30%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거품이 낀 분당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편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겠지요.